[스크랩] [성경으로 돌아가자―성경 대탐구] (제1편) 사본의 탄생(구약) ④ 하나님
[성경으로 돌아가자―성경 대탐구] (제1편) 사본의 탄생(구약) ④ 하나님 특별계시 내용
창세기부터 사사기를 거쳐 말라기까지 구약은 온통 하나님 나라가 인간의 불순종으로 만신창이가 되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어찌 보면 구약에 있어서 하나님 나라의 꿈은 좌절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였던 말라기에서부터 신약의 새 지평을 열었던 세례 요한까지 무려 400년동안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우리는 이 침묵의 기간을 '신구약 중간 시기'라 칭한다. 이 시기는 말씀이 끊겨버렸거나 기록되지 않았던 '말씀의 빈 공간기'이다.
만약 성서를 여기까지만 인정한다면 인류에게는 소망이 있을 수 없다. 하나님 나라의 꿈이 깨져버린 구약과 그리고 이어지는 하나님의 지루하고 깊은 침묵에서 인류가 그나마 붙잡을 수 있는 것은 '기약없는 메시아의 도래'일 것이다. 하지만 400년의 침묵과 방치의 세월 속에 버려진 것처럼 보였던 이스라엘 어느 마구간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분출됐다. 세례 요한과 나사렛 예수의 활화산 같은 하나님 나라의 언어가 바로 그것이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스라엘 역사는 하나님 나라의 지상실현이란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나사렛 예수의 사역을 통해 보편적 의미를 획득하게 됐다. 1500년 동안 역사적 파란과 격랑을 헤쳐나오면서 구약의 하나님 나라에 대한 꿈은 나사렛 예수 안에서 그렇게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김회권 숭실대 교수는 저서 '현대인과 성서'를 통해 "나사렛 예수는 구약성서 속에 나오는 하나님 나라의 틀을 요약하신 분"이라며 "구약성서의 열매는 신약성서"라고 정곡을 찔렀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비평학자들이 본 성서 전반에 걸쳐 도도하게 흐르는 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성서는 하나님의 특별 계시로 성서 기자들에 의해 기록됐다. 하나님의 영감하에 성서 기자들은 자신들의 지적 문화적 배경을 사용했다. 성서 기자들은 특별 계시 내용을 오류 없이 원어로 저작한 것이다.
성서가 쓰이게 된 과정을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렇다. 특별 계시→영감→원본→사본→번역본(고대, 현대)을 거쳐 드디어 우리 손에 다가왔다. 성서가 쓰여지기 전, 먼저 하나님의 특별계시가 있었고 그 계시를 받은 성서 기자는 하나님의 영에 의한 감동 즉, 영감에 의해 저작(딤후 3:15∼17, 벧후 1:21)된 것이 바로 성서 원본이다. 원본에서 사본으로 필사되는 과정에서 정경화 작업이 이뤄졌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특별 계시에서부터 성서 기자에 의해 원본이 쓰여지기까지 과정을 모두 하나님께서 감독하셨다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독은 성서 내용의 정확성을 보증한다는 의미라는 게 성서비평학자들의 견해다. 그래서 성서의 권위는 하나님의 특별 계시에서 비롯된다. 신학자 루이스 스페리 체어퍼는 이 점에 대해 통찰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다라는 정의로만 설명될 수 있다. 그것은 어떤 인간도 그렇게 쓰려고 해도, 비록 쓸 수 있다고 해도, 결코 쓸 수 없는 책이다."
그러면서 체어퍼는 천재적인 문학가들이 성서를 왜 저작하지 못했을까에 대해 "하나님의 특별 계시에 의해서만 성서는 쓰여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특별 계시는 고대나 현대의 어떤 종교 경전이나 서적들에서 소개되는 것과 구별되는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그 어떤 종교도 하나님의 절대적 거룩성과 인간 죄악에 대한 용서(죄사함)를 통전적으로 통합시키지는 못한다. 이교도들의 신들은 인간의 도덕성과 윤리에 무관심한 반면, 인간의 절대적 복종만을 요구한다. 성서는 그 자체가 매우 윤리적이지만 궁극은 윤리를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 성서의 하나님은 거룩하시면서도(사 6:3, 합1:13) 죄인된 인간을 품으시고 구원의 세계로 초청하고 있다. 성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구원에 이르는 지혜와 믿음을 가르치는 것을 으뜸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으뜸의 진리를 설명하고 있는 성서 원문(본문)이 과연 고스란히 보존될 수 있었을까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 의문은 이미 성서가 암시하고 있다. "성경(구약 성서)은 폐하지 못하느니라"(요 10:35) 이는 지상에서 사역하던 중 예수께서 일찍이 선포한 말씀이다. 폐하지 못할 것이란 배경에는 인간에 의한 본문의 파손, 붕괴, 가치하락, 신뢰성 약화, 종식 등의 우려가 담겨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구약의 이사야 선지자는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사 40:8)고 단호하게 선언하고 있다. 하나님의 특별 계시로 성서 기자에 의해 저작된 성서 본문은 하나님에 의해 보존(시 12:6∼7)되고 예수가 이를 확증하고 있다(요 10:35). 역설적이지만 성서의 권위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에 의해 부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남병곤 선임기자 nambg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