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스크랩] 가정교회 사역이야기(2)

이아기 2006. 9. 4. 10:45

가정교회 사역이야기(2)

 

 

이 글은 "21세기 신교회론, 이것이 가정교회다"(최상태 목사/도서출판 국제제자훈련원)의 9장 가정교회 사역이야기에 실린 내용 중 발췌한 것입니다.

 

 

세 번째 모인 날

일산가정교회 가장 | 박미종

 

저녁 퇴근 시간 직원들 중에 가장 먼저 서둘러 퇴근을 했는데도 집에 도착하니 15분쯤 지각한 8시 15분. 오늘은 우리 일산가정교회가 새롭게 출범하고 세 번째 모이는 날, 이미 모든 가원들이 도착하여 식탁을 차리고 있었다. 황급히 인사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이진연 성도가 핸드폰 통화를 하더니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멀리 군산에 근무하는 남편이 갑자기 서울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지금 막 버스를 타고 능곡을 지나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모든 가원들이 일제히 얼른 만나서 모시고 와서 함께 식사하자고 권유하자 이진연 성도도 그렇게 해 보겠다면서 하선미 성도 차를 빌려 남편을 모시러 나갔다.

기다렸다가 같이 식사하기에는 너무 지체될 것 같아 먼저 식사를 마친 우리는 처음 방문하시는 이진연 성도의 남편 강○○ 형제님 모시기에 초점을 맞추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총무를 중심으로 저녁식사를 따로 한 상 차려 준비하고, 가장은 준비한 모든 순서를 접어두고 강○○ 형제님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마음을 먹고 가원들도 긴장하며 기다렸다.

벨소리에 일제히 나가서 반갑게 맞아들였고 간단한 인사 후 곧바로 식사를 대접했다. 두 분만 식사를 하게 해서 미안했지만 우리도 차를 나누며 강○○ 형제님에 초점을 맞추고 대화를 해나갔다. 처음에 들어오실 때 형제님은 표정이 많이 굳어있었고 생산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검게 탄 얼굴로 인해 피로해 보이기도 했지만 모두들 밝은 얼굴로 진심으로 반갑게 대한 탓인지 식사를 하면서 차츰 표정이 풀어지는 것 같아 내심 안도했고 분위기도 편안해졌다. 나중에 가원들도 이야기했지만 조촐하나마 정성이 담긴 식사, 특히 보글보글 끓으며 진한 냄새를 풍긴 된장찌개가 그분의 긴장과 피로를 푸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식사는 맛있게 다 드셨다.

강○○ 형제님은 오늘 중장비를 수출선박에 실어내는 힘들고 중요한 일을 막 끝내고 아내를 보기 위해 먼길을 달려 온 참이었다. 몸도 무척 피곤한 상태였고 또 신앙생활도 하지 않는 분이라 낯선 집에서 초면의 사람들, 더구나 자기보다는 열 살에서 스무 살 이상 어린 사람들 앞에서 식사하며 대화하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주로 혼자서 말씀을 해 나가셨다. 이진연 성도는 자신의 간청에 못 이겨 왔지만 말은 한 마디도 못할 거라고 했던 분이 너무 이야기를 잘 하시니까 신기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쳐다보며, 나중에는 그만 일어났으면 하는 눈치였다.

대화의 내용은 일터 이야기, 직장이 소재한 지역민들의 정서 등 신앙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맞장구치며 경청했고, 이따금씩 교회와 관련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 때는 신앙을 갖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조심스럽게 드리는 정도였다. 박성익 성도가 자신도 신앙생활 초년생이라며 의외로 그분과의 대화를 잘 맞춰 나갔고 하선미 성도도 아버지와 남편의 초기 신앙 이야기로 적절히 응대해b 주었다. 마침 박성익 성도와 고향이 아주 가까운 동네라 그분이 마음 문을 여는데 일조를 해서 나중에 우리들끼리 남았을 때 하나님께서 그 형제님을 위해 박성익 성도님을 그곳에 태어나도록 예비하셨다며 웃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다가 맏아들이 기다린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두 분이 먼저 일어나셨는

데 모두들 다음에 또 만나자며 정감 있게 인사하자 그분도 싫은 표정은 아니었으며, 가장은 형제님을 위해 많이 기도하겠다고 인사하며 전송했다.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 15분전, 가원들에게 오늘 모임은 새로운 식구 한 분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다고 양해를 구했고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이해하는 표정이었지만 아쉬움이 남아 잠깐이나마 나눔의 시간을 갖고 헤어지기로 했다.

박성익 성도는 요즘 기도를 어떻게 잘할까 궁리하다가 기도문을 작성해서 아내에게 읽어주기도 하며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기도의 내용은 자신들을 위한 기도문을 쓰기에는 어딘가 몰염치한 것 같아서 집중호우로 피해를 겪는 수재민을 위한 기도 같은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기도문을 써가며 기도 연습을 한다는 사실도 그렇고, 오래 믿은 우리도 자신을 위한 기도가 우선인데 이웃을 위한 기도가 먼저라는 사실도 우리를 감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가 몰염치하고 나약한 존재임을 너무나 잘 아시는 주님께서는 우리 자신의 필요를 간구해도 들어주신다는 말에 이경희 성도는 처음으로 하나뿐인 중학생 딸의 장래를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하선미 성도는 이번 달 17일에 남편이 싱가포르로부터 귀국이 확정되었고 그의 앞길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길로 인도되도록 기도부탁을 했다. 총무 추진희 집사도 친정 부모님의 믿음 성장을 위해서, 가장도 새롭게 맡게된 목회자가정교회세미나 준비위원을 잘 감당하도록 기도 부탁을 했다. 시간상 성경공부는 교재를 나누어주고 각자 집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선교헌금을 드렸다. 선교헌금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설명했고 헌금 금액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박성익 성도 부부에게는 가장이 자신의 전반적인 헌금생활과 함께 가정교회 헌금은 이렇게 드린다며 솔직히 이야기해 주었다. 선교와 회계를 담당하기로 한 하선미 성도에게 헌금의 관리를 부탁했다.

오늘 모임은 처음 방문했던 강○○ 형제님을 위해서도 꼭 필요했고, 서로의 기도 제목을 나누었으니 특별히 합심해서 기도하자고 했고 가장이 기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잠깐 나누기로 했는데 헤어질 무렵에는 밤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멀리 가야하는 박성익 성도 부부를 비롯한 가원들의 피곤을 염려하며 모레 주일날 교회에서 보자며 아쉽게 헤어졌다.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다음 모임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식사준비로 땀흘린 총무의 등을 두드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월, 화, 수, 목, 금 매일 만났던 우리들

그리심가정교회 가장 | 원종구

 

교회 직분자들의 대부분이 목사님의 권유에 의해 사역을 감당하듯이 저도 남자 구역장으로 구역 모임을 인도해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목사님께서 가정교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시자 저는 별 생각 없이 전에 인도했던 대로하면 되겠지 하고 시작을 했는데 주일 오후마다 가장 모임과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서 구역과 가정교회의 다른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기에 고민과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일방적인 인도가 아니라 개척 교회의 목회자 심정으로 가정교회 가원들을 섬기고 돌봐야 하는 것에 솔직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느새 3년이 지나 가원들을 통해 인내와 사랑을 배우고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많은 힘을 얻는 나 자신을 발견 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 세 번째 가정교회의 가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섯 가정과 한 분의 남자 가원으로 구성되어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30분에 모여서 10시 30분 정도에 헤어집니다. 처음에는 남자 분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가정교회 모임과는 별도로 부부 중심으로 식사모임을 여러 번 갖고 예의상으로라도 가정교회 모임에 참석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남자 분들이 마지못해 몇 번 참석한 뒤, 다음부터는 부탁도 연락도 하지 말라고 말할 때에는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약 2개월이 지난 후 1박 2일 가정교회 수련회를 준비하면서 가원들에게 단합을 요구했습니다. 2주간 기도로 준비하면서 계획을 세웠을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계획보다도 더 많고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고 인도해 나가셨습니다. 그러나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한 가정이 출발 이틀 전에 이사를 해야 했고, 또 떠나기 하루 전에는 한 가정이 부부싸움으로 인해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일단 가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있는 처소에서 기도를 부탁했고 한편으로는 그가원들과 저녁식사를 하자고 약속했습니다(남편과 아내에게 따로따로 연락해서 모였음). 그분들은 화해했고 6가정 모두가 수련회를 떠났습니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가원들이 많이 친해졌고 교제가 풍부해져 감사와 찬양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저희 가정교회 식구들은 자주 만나며 교제를 나눴습니다. 어떤 주간에는 토요일만 빼고 매일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식사와 운동과 교제를 통해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에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에도 제주도로 2박 3일 함께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가족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나 늘 기쁨과 은혜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자 가원들의 신앙 수준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잘 조화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모이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아 그 아내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어려울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속이 상하고, 또 달래줘야 하나 하며 불평과 원망도 합니다.

한번은 가정불화로 인해 며칠 동안 연락이 되지 않고 피하기만 하던 가원을 퇴근시간 10분 전에 직장으로 찾아가 만났습니다. 그 날도 다른 사람들과 약속을 하고 집에 늦게 들어갈 상황이었는데 그 약속을 취소하고 저와 함께 5시간 동안 식사를 했습니다. 그 가원과 교제를 하면서 그의 입장과 상황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권면하였을 때 아내와 화해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아쉽지만 가정교회 모임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한 가원이 있습니다. 그 가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찬송도 열심히 따라하고 어떻게 하던지 참석하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가원들과 교제하는 모습에서 이제 머지 않아 교회에도 출석하게 되고 변화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주일 오후 가장총무모임의 그룹별 나눔 시간에는 다른 분들과 교제하는 가운데 같은 문제점, 고민, 갈등,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를 얻습니다. 저는 가원들을 말씀이나 훈련으로 양육시키지는 못합니다. 그러기에 그분들이 훈련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가원들에게 꼭 이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이 가정교회의 가장이 되었을 때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가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우리 가원들은 이번에 남자 세 분과 여자 세 분이 새가족반, 양육반을 거쳐 제자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분들이 한 사람도 낙오 없이 양육되어서 주님이 원하시는 신실한 일꾼들로 쓰임 받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부족함을 느끼며 삽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쓰시고자 할 때에 변함 없이 청지기의 자세로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카타르시스- 동역자 의식

교역자가정교회 가원 | 김영신

 

결혼하기 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사역하고 계시던 선교사님으로부터 제자훈련을 받았는데 이때부터 내 인생의 목표는 제자훈련의 삶이었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우선 순위도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것은 결혼 후에도 변함이 없었으며 교회를 정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화평교회에서 교역자 부부로 편성된 교역자가정교회에 참석하면서 가정교회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주님을 위해 살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지만 막상 사모의 위치에 서게 되니 외롭고 소외된 자리였다. 그저 조용히 예배만 참석할 뿐 특별히 삶을 나누며 함께 교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성도들과 함께 예배에는 드렸지만 뚜렷하게 소속된 곳이 없었고, 속사정을 함께 털어놓으며 교제할 수 있는 장이 없었기 때문에 영적으로 늘 갈급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파묻혀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조용히 교회생활 하기에는 편안한 때도 있었지만 자기관리와 균형 잡힌 신앙생활을 하는 게 힘이 들었다.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정체감의 위기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교역자가정교회에 참석하면서부터 이러한 고민들이 해결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다가 시간관계상 한 달에 한 번 모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에 있었던 모든 삶을 나누는 그 시간이 어느 시간보다 더 기다려진다. 가정교회를 통하여 같은 길을 걸어가는 목회자 부부 간에 비전을 함께 나누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동역자 의식을 한층 더 갖게 되었다.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는 부교역자 아내가 목회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1년에 한두 차례, 회식 때문에 모이는 시간이 전부였다. 그리고 부교역자 아내로서 담임목사님을 대하는 것이 불편했고 자리를 같이하며 삶을 나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교역자가정교회에서는 이러한 벽을 넘어 스스럼 없이 말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다. 목회자의 내조자이기 전에 한 남편의 아내로서 갖는 불만 보따리(?)를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사소한 일로 다투며 부부싸움을 한 내용을 들려주는 다른 목회자 가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를 받은 적도 있다. 진지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고 때로는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기도 한다. 목회자 부부가 함께 모여 식탁교제도 하고 깊이 있는 삶을 나누다보면 어느덧 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모든 것들이 화평교회 교역자가정교회에서만 누릴 수 있는 복이다. 이러한 나눔과 교제를 중요시하는 교역자가정교회에 참석하면서 처음 제자훈련 받을 때 흥분했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 시대의 한국 교회가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러한 때에 제자훈련과 가정교회 사역을 두 기둥으로 삼고 본질에 충실하며 나아가고 있는 건강한 화평교회로 인도하신 주님께 감사 드린다.

출처 : 예수중심 JESUS CENTERED
글쓴이 : 임마누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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