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백

[스크랩] [성경으로 돌아가자―성경 대탐구 (제3편) 사본의 필사 ④] 성서 원본문 추

이아기 2010. 8. 21. 22:52

[성경으로 돌아가자―성경 대탐구 (제3편) 사본의 필사 ④] 성서 원본문 추적, 힘들지만 위대한 시도

 

 

신약성서는 단 한 곳도 독립적으로 갑자기 씌어지지 않았다. 신약성서의 토양은 구약성서이고 따라서 거기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단어와 문장에 숨겨진 사상과 의미가 모두 구약성서와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약은 구약대로, 신약은 신약대로 여러 책들과 톱니처럼 맞물려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사건을 놓고 4명의 각기 다른 저자가 거의 비슷한 자료를 가지고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것이 4복음서다. 그런가 하면 누가복음서의 저자인 누가는 그리스도가 설파한 어록(복음)을 당시 사도들이 '몸소 어떻게' 전했는가를 증언하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특정 민족이나 이방인의 구세주가 아닌 '왜 전 인류의 구원자인가'를 변증하고 있다. 그것이 사도행전이다.

 

신구약 전체를 통전적으로 들여다보면 BC 13세기부터 AD 2세기까지 대략 1500년에 걸쳐 무려 40명 이상의 선지자와 사도성을 지닌 저자들에 의해 기록됐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면서 저자들의 증언이자 고백이다. 성서가 무조건 신봉되지 않고 신구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세하게 분석되고 해석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서 원본문 접근의 한계=그런 점에서 성서 원본문에 접근하려는 시도야말로 가장 힘든, 그렇지만 위대한 결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첫째는 성서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현존하는 사본들마저 모두 다르다는 데 있다. 신약성서 사본만도 5000여개에 달한다. 그 사본 가운데 단 하나도 완전히 일치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본들마다 잘못 표기된 단어나 문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 그리스어 신약성서 편집위원회에 보고된 이문(異文)도 무려 2000여개에 달한다.

 

◇이문이 만들어진 이유=그렇다면 이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본 학자들은 두 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필사자의 우발적인 실수에 의한 변개(변형)로, 다른 하나는 의도적인 변개로 이문이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둘 사이의 경계선은 분명치 않다. 우발적인 실수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찾는다면 동일한 두 단어의 중간에 놓인 단어나 행들을 베껴 쓰는 과정에서 누락시킨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필사자가 본문 중 어느 행을 베껴 쓴 뒤, 다시 다음 행을 베껴 쓰고자 할 때 우연히 방금 베껴 쓴 행과 단어가 동일한 것을 발견하고 그 행을 베껴 쓴 것으로 착각, 이를 누락시킨 경우다.

 

◇우발적 실수=누가복음 12장 8∼9절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8절)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는 자는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부인을 당하리라(9절)"

 

이 단락이 들어 있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파피루스 사본에는 9절 전체가 빠져 있다. 8절에서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를 베껴 쓴 어느 필사자가 다시 눈을 대본으로 돌렸을 때, 9절의 동일한 표현이 눈에 들어오자 이를 금방 베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는 치명적인 이문을 낳기도 한다는 게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명예 번역자문위원 민경식 박사의 주장이다. 그 사례는 매우 훌륭한 사본 가운데 하나인 4세기의 바티칸 사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민 박사는 저서 '성경 왜곡의 역사'에서 지적하고 있다. 문제의 단락은 바로 요한복음 17장 15절이다.

 

이 구절은 그리스도의 중보 기도로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준 기도문(일명 주기도문·마 6:9∼13)으로 기도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 대목은 '제자들을 위한 기도'다. 예수는 십자가의 고난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계셨으나 제자들의 믿음이 너무 약해 그들이 자신을 버리고 뿔뿔이 흩어질 것을 미리 알고 계셨다(마 26:31). 그럼에도 불구하고 훗날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용될 것을 내다보시고 기도한 것이다. 이런 절박한 상황을 현재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성경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다만 악에 빠지지 않게 보전하시기를 위함이니이다(I do not ask that you keep them from the world, but that you keep them from the evil one)"

 

그런데 사본 학자들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바티칸 사본에는 두번째 행인 world부터 from the까지 빠져 있다. 그래서 예수는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악에서 보전하시기를 위함이 아니요(I do not ask that you keep them from the evil one)"라고 부적절한 기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남병곤 선임기자 nambgon@kmib.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김근주 교수(웨스터민스터 신학대) △김상근 교수(연세대) △김진섭 교수(백석대) △김회권 교수(숭실대) △민경식 박사(세계성서공회연합회 명예 번역 자문위원) △신현우 교수(웨스터민스터 신학대)

 

 

출처 : 예.아 -YEAH- 그 환한 빛
글쓴이 : 예아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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