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으로 돌아가자―성경 대탐구 (제2편) 정경화 작업 ③] 영지주의란, ‘앎’을 통해 구원 얻는 종교운동
영지주의란 영지(靈知·gnosis)를 통해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 종교운동을 말한다. 여기서 영지는 지식을 말하지만, 일반적인 지식이 아니라 영혼의 근원, 하나님의 본질, 우주와 세계가 생성된 원인 등 근원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앎을 뜻한다. 그래서 영지주의자들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디에 있었고, 어떻게 여기에 왔으며, 어떻게 근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영지주의자들의 교리에 따르면 신은 물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믿었으며, 악은 물질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육체가 악하다고 믿었던 것도 여기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선하신 신은 모든 물질적인 것과 무관하신 분이라고 믿었다. 결국 악한 물질(세계)을 창조한 창조신도 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적대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영지주의자들은 구약의 하나님을 예수가 계시한 신약의 하나님과 구별하고 배격했다. 그러면서 "신은 선하신 분인데 도대체 영적 세계에서 무엇이 잘못됐기에 신의 소산인 인간이 악하게 됐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그들의 관심사는 철학이 아닌 구원이었다. 즉 어떻게 인간이 다시 신과의 교제를 회복할 수 있으며 순수한 영의 세계로 복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사상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제는 영지주의자들이 그 원인을 인간에게서 찾지 않고 창조의 모순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인간 영혼의 본질을 하나님의 신성과 동일시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이것을 깨달으면 하나님과 같은 본질을 회복한다고 믿었다. 인간이 '하나님의 신성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영지주의는 불교와 본질적으로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영지주의가 정통 기독교로부터 탄압을 받았고 이단으로 정죄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들의 관심은 구원에 쏠려있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사역은 그들이 구축한 사상에서도 중요한 축을 이루게 됐다. 영지주의는 기독교의 요소들과 동양과 헬라 사상이 혼합된 일종의 혼합주의 종교 형태를 띠었다. 영지주의는 예수시대부터 광범위하게 퍼졌다가 2세기 중반에는 신비주의와 연결돼 번창하면서 2세기 후반에는 절정에 달했다. 그후 기독교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면서 쇠퇴일로로 치달았다.
그렇지만 영지주의는 중세를 거쳐 근세에까지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명맥의 배경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1945년 이집트 남부 나그 함마디에서 한 농부에 의해 붉은색 큰 항아리가 발견됐다. 당시 항아리에는 영지주의 문서가 대량으로 담겨 있었는데, 이것이 영지주의 복음서라 할 수 있는 '도마복음'이다. 서구에서는 이 문서의 발견 이후 영지주의를 기독교의 종파 중 하나로 평가하기도 했다. 모두 13권으로 된 다량의 파피루스는 발견된 지 35년 만인 지난 1980년 영인본으로 출판됐다. 제목은 '나그 함마디 문서'.
남병곤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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